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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샐러드의 향기부터 이탈리아 드레싱까지

by 이렇게해요 2025. 4. 30.

상큼한 봄 샐러드 사진
상큼한 봄 샐러드

 

봄이 되면 입맛이 없을 때가 종종 있죠? 이럴 때 따뜻해지는 날씨와 함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면 샐러드만 한 게 없습니다. 특히 제철 채소와 과일이 가득한 봄 샐러드는 봄나물의 향긋함, 과일의 달콤함, 그리고 산뜻한 이탈리아 드레싱이 어우러져 계절을 그대로 담은 한 접시로 완성됩니다. 이 글은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영감을 샐러드로 만들어내는 방법과 팁에 대한 글입니다. 특히 여기에 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제가 자주 요리하는 샐러드와 이탈리아 드레싱 레시피도 함께 알려드리겠습니다.

봄에 입맛이 없어도 이탈리아 드레싱으로 기분내기

유난히 입맛이 없던 봄날이었어요. 밥은 손에 안 잡히고, 국도 느끼하고, 갑자기 “뭔가 초록초록한 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날은 이상하게도 배보다 기분이 먼저 반응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봄에는 샐러드를 먼저 떠올립니다. 배고파서라기보다는, 봄이라는 계절 자체가 마음부터 살랑거리게 하니까요. 처음 만들었던 봄 샐러드는 참 즉흥적이었습니다. 냉장고에 남아 있던 어린잎 채소, 잘 익은 딸기 몇 알, 그리고 지난주에 사놓고 잊었던 미나리 한 줌. 다듬고 씻고, 적당히 섞는데 향이 먼저 얼굴에 닿는 느낌이었어요. 그 향 하나로 갑자기 입맛이 살아났죠. 봄은 그런 계절이에요. 입보다 코, 혀보다 눈, 기분이 먼저 움직이는 계절입니다. 그날 제가 만든 이탈리아 샐러드드레싱은 아주 심플했는데 여러분과 공유해 보겠습니다. 재료는 레몬즙 1큰술, 꿀 1작은술, 그리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2큰술이 필요해요. 모든 재료를 작은 병에 담고 여기에 소금 한 꼬집, 후추 조금만 넣어서 흔들었습니다. 그게 전부인데도, 한 접시에 봄이 가득 담기는 기분이었죠. 이 드레싱은 새콤한 과일이나 연한 채소와 잘 어울려서 봄철 샐러드엔 거의 공식처럼 쓰는 레시피예요. 재료의 조합보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뭘 먹고 싶은 기분인가’였습니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 부드럽고 상큼한 게 당기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강한 맛은 일부러 피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조금만, 가볍게’란 감정으로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샐러드는 그 감정에 가장 솔직하게 반응하는 음식입니다. 그날 이 샐러드를 먹으면서, 한참을 그냥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맛이 너무 좋아서라기보단, 딱 지금 이 계절을 잘 담은 한 접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바삭한 어린잎, 달콤한 딸기, 향긋한 미나리, 그리고 가볍게 입 안을 감싸는 이탈리아 샐러드의 기본 드레싱 등 뭔가 대단한 건 없지만, 그 자체로 충분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봄 샐러드는 입맛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기분을 위한 음식이라는 걸 그때 알았던 거죠. 이 계절이 불러일으키는 묘한 설렘과 막 깨어나는 식물들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끼는 분들이 많으시죠? 그래서 봄이면 꼭 한 번쯤은 이런 샐러드를 만들어보세요. 배를 채우기보다는 봄의 기분을 채우기 위해서요.

봄 샐러드는 색으로 먹는다

봄이 오면 저는 냉장고를 열 때부터 눈이 먼저 반응해요. 어떤 채소가 있든, 그날의 샐러드는 맛보다 색으로 시작하거든요. 입은 배가 고파야 반응하지만, 눈은 기분만 좋아도 샐러드에 설레더라고요. 겨울 내내 칙칙한 색깔만 보다가, 봄 채소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하면 왠지 모르게 기대가 생깁니다. 연한 초록빛 미나리, 옅은 보랏빛 비트, 분홍빛 도는 딸기, 그리고 산뜻한 연노랑 레몬. 이렇게 색으로 샐러드를 만들면, 한 접시 안에 계절이 담기는 기분입니다. 한 번은 저녁 약속을 미루고 혼자 집에 있던 날, 갑자기 샐러드가 먹고 싶어 졌어요. 배가 고팠다기보다, 왠지 ‘예쁜 걸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냉장고를 둘러봤더니 로메인, 어린잎 채소, 노랑 파프리카, 딸기 몇 알, 그리고 삶아두었던 비트 조각이 보였어요. 접시에 하나하나 배치하면서, 이게 요리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색들도 옆에 놓으니 오히려 서로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 냈습니다. ‘예쁜 음식이 맛있다’는 말이 그날은 정말 맞았습니다. 그 샐러드엔 특별한 드레싱도 필요 없었습니다. 색감이 이미 충분했기 때문에, 맛은 덤 일뿐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살짝 풍미를 더하고 싶어서 제가 종종 만드는 레몬 드레싱을 곁들였습니다. 만들기도 간단한데, 봄 채소들과 너무 잘 어울려요. 보통 우리나라의 레몬 드레싱 레시피에는 꿀이나 알룰로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탈리아에서는 샐러드 재료로 과일을 추가해 단맛을 내는 경우는 있지만, 드레싱에 단맛을 가미하지는 않습니다. 이탈리아 레몬 드레싱의 재료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3큰술, 레몬즙 1큰술, 디종 머스터드 1/2작은술, 소금과 후추 약간만 준비하면 됩니다. 이 재료들을 작은 병에 넣고 흔들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따로 유화제를 쓰지 않아도, 머스터드 덕분에 오일과 산미가 부드럽게 섞입니다. 이 이탈리아 드레싱은 샐러드에 부어버리는 게 아니라, 접시 위를 천천히 돌리듯 뿌려주는 게 좋습니다. 색을 망치지 않으면서 향만 스며들게 하는 느낌이 드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만든 봄 샐러드는 사실 먹는 게 아까울 정도로 예뻐서 사진도 열 장 넘게 찍었답니다. 먹기 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습니다. 색으로 차려낸 샐러드는 입보다 마음을 먼저 움직이니까요. 실제로 그걸 먹고 나서 하루 종일 머릿속에 봄이 퍼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진한 맛이나 복잡한 조리 없이도, 색 하나로 감정이 살아난 거죠. 봄 샐러드는 맛보다 ‘기분’을 먼저 챙기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분은 색에서 시작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고, 특별한 재료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조금의 초록, 조금의 노랑, 거기에 빨강 한 점만 더해도 충분히 샐러드에서 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봄나물은 손으로 다뤄야 제맛이 난다

이탈리아의 주부들은 채소를 칼보다 손으로 손질하고 자르는 습관이 있습니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도 미나리 줄기 하나를 써는 순간, 그 향이 뚝 끊기는 느낌이 들거든요. 저는 봄만 되면 손끝으로 요리를 시작합니다. 미나리는 툭툭, 달래는 살살, 냉이는 꼭지를 돌려 따듯 떼어내고, 부추는 흐르는 물에 살랑살랑 흔들며 흙만 털어냅니다. 손으로 다루면 채소가 더 살아 있는 것 같아요. 그 질감과 온기를 고스란히 느끼는 순간, 요리가 아니라 봄을 만지는 기분이 들어요. 샐러드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봄나물을 칼로 억지로 다듬으면 식감이 퍽퍽해지거나 금세 숨이 죽어요. 그래서 저는 봄 샐러드를 만들 땐 ‘도구 없이’ 만드는 걸 원칙처럼 지키는 편입니다. 어느 날은 친구가 와서 저와 함께 샐러드를 만들었는데, 제가 채소를 손으로 다듬는 모습을 보고 아주 신기해했습니다. 그날 만들었던 샐러드는 아주 간단했어요. 미나리 한 줌, 돌나물 조금, 그리고 데쳐서 식힌 냉이 한 줌이 전부였는데요. 전부 손으로 툭툭 뜯고, 찬물에 살짝 헹군 뒤 바로 접시에 올렸습니다. 이 셋만 있어도 봄의 초록이 그릇을 가득 채웠어요. 여기에 살짝 단맛이 감도는 드레싱 하나를 곁들이면 완성이죠.

이 날 제가 봄나물 샐러드에 사용한 드레싱은 간장이 들어가는 우리식 버전인데요. 여기에는 들기름 2큰술, 간장 1큰술, 식초 1/2큰술, 매실청 1큰술, 깨소금 약간이 필요합니다. 이 재료들을 그냥 숟가락으로 섞기만 하면 돼요. 들기름과 간장의 고소함에 매실청의 은은한 단맛이 더해지면, 나물 특유의 씁쓸함과 절묘하게 어울립니다. 저는 이 드레싱을 만들 땐 꼭 금속 숟가락이 아닌 나무 주걱을 써요. 괜히 더 부드럽게 섞이는 느낌이 들어서요. 요리라는 게 원래 그런 거잖아요. 손맛이라는 건 사실 손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들어가는 거니까요. 샐러드를 만들며 손끝에 미나리 향이 배고, 냉이의 부드러운 잎을 느끼는 그 순간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이건 칼로 썰어선 절대 느낄 수 없는 촉감이에요. 그래서 봄에는 조리시간보다 준비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손으로 만드는 샐러드는 정성이 많이 들어야 하고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마음이 훨씬 편해지는 요리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봄 샐러드를 만들 때면 꼭 음악을 들으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움직이려고 해요. 바삭한 채소 소리,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까지, 모두 봄을 만끽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봄나물은 맛보다 ‘결’이 중요합니다. 그 결을 잃지 않으려면 손으로 다루는 게 답이고요. 봄은 원래 섬세한 계절이니까 조리도구도 섬세하게 줄이고, 손으로 느끼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봄은 우리 손끝에서 시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

오늘은 봄이 주는 영감을 샐러드로 만들어내는 방법과 팁을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자주 요리하는 샐러드와 이탈리아 드레싱 레시피, 그리고 간장이 들어가는 우리식 버전도 공유해 드렸습니다. 샐러드를 만드는 과정은 어쩌면 봄을 준비하는 일정과도 비슷합니다. 봄이라는 계절이 주는 가벼운 설렘과 산뜻함을 한 그릇 안에 담는 일이 바로 샐러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봄 샐러드의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저는 오늘도 딸기 몇 알과 미나리 한 줌으로 아주 작은 계절의 기분을 식탁 위에 올려봅니다.